캐나다에서 집짓기
작년 그러니까 2008년 봄, 포트 맥머리 시의 이글릿즈(Eagle Ridge) 라는 마을의 택지 조성지역에서 순찰 경비 일을 했는데 근무시간은 대낮 같은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저녁엔 차를 타고 공사장으로 무작정 들어오는 젊은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지만 자정이 지나고 나면 어둠 속에서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지루한 시간을 보내느라 피가 말랐죠......... 경비의 목적은 저녁 때가 되면 젊은이들이 건축 중인 남의 빈집에 들어와 음주, 마약, 섹스 등을 할 수도 있는데, 범죄로 이어질지도 모를 이런 일들을 미리 차단하자는 것입니다.
08년 봄, 드문드문 새집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황량한 벌판,
바로 이 지역의 아담한 호숫가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오손도손 살아보는 게 꿈인지라...
새로 만들어진 호수의 초라한 모습
이 곳 공사장 주변엔 여러 개의 건설사가 집을 지어 팔기위해 사무실을 차려놓고 집 모델을 보여주며 땅값을 흥정합니다.
조성해 놓은 택지엔 차도와 인도, 전기, 상하수도, 개스, 통신시설 등 모든 도시 기반시설이 완료되었고 여러개의 작은 호수(빗물 못), 학교, 공원, 쇼핑몰, 아파트 등의 건설부지도 이미 마련된 곳이죠.
조성된 택지...
마을 한 복판엔 북쪽 석유회사에서 남쪽 에트먼튼의 정유공장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이 매설되어 있기도 하고, 땅 표면에 허연 것은 잔디씨를 뿌린 겁니다.
부지 위에 각종 파이프와 캐이블이 매설돼 있다는 위치를 알리는 깃발과 표식들
소화전도 미리...
고압 전기 컨트롤박스
아직 버스는 다니지 않지만 정거장도 미리...
땅값은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단 호숫가 코너가 좋아 보이기에 계약을 하고.......
여기선 토지 면적을 평방피트로 계산하는데 알기쉽게 평수로 환산해 말씀드리면 대지 100여평에 반지하, 1. 2층의 연건평 80 여평의 건물을 짓기로 하고 2008년 5월부터 터파기와 기초공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수관은 지하 20미터 땅 속 깊이 묻혀 있는 지름 1미터의 하수관과 연결하게 돼 있고 특이한 것은, 여기는 우리와 달리 정화조가 따로 없다는 건데 하수도는 빗물과 생활하수(설거지, 욕조, 변기 용수 포함) 두 가지의 관로로 나누어져 배출되고 있습니다. 빗물은 맨홀을 통해 호수나 강으로 보내지고, 생활하수는 폐수처리장 한 곳으로 모아져 처리 후 방류됩니다
기초공사에만 시멘콘크리트를 쓰고 나머지 골조는 모두 목재를 쓰며 여기서 목재와 종이(네프킨따위)는 아주 흔해서 멀쩡한 것도 버려지는 일이 많습니다
목재가 준비되고... (자료 사진)
지붕을 올릴 때 쓰는 지붕트러스와 대들보 등은 외부에서 제작해 옵니다.
목재를 조립할 때 자동 에어툴을 쓰기위한 휴대용 에어컴푸레서 (사과상자 2개를 포개놓은 크기)와 한겨울에도 실내를 덥히는 히터는 필수 장비입니다.
외부 공사를 할 땐 비계설치 없이 모두 중장비를 이용합니다 (자료 사진)
내부는 모두 이런 식으로 조립되고
절반 쯤 진행된 집
뼈대가 완성되면 지붕엔 슁글을 덮고 외벽엔 플라스틱 외장재로 마감합니다
전기, 수도, 개스 등 모든 계량기를 외벽에 설치하는데, 검침원은 현장에 나오지 않으며 사무실에 앉아서 검침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벽엔 방풍비닐(여기선 비닐을 플라스틱이라 부름)을 붙인 뒤 보온재를 채워 넣고 우리나라에선 석면을 쓰지 못하게 돼 있는데, 여긴 모두 이걸 쓰네요, 촉감은 목화솜과 같으나.....
보온재 설치 공사
앞모습
옆모습 한겨울로 접어든 11월 경, 집모양은 대충 갖춰졌으나 아직도 남는 공사는 많고...
공기가 길어져 겨울엔 히터를 켜고 내부공사를 하게 됐는데, 내부 벽면은 모두 석고보드 판으로 마감되고
각종 욕조와 세면대가 설치되고
실내의 페인트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는데. 친환경 재료인듯....
붙박이장들...
싸늘한 겨울을 넘기면서 창밖엔 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겨울은 길기만 했는데
겨우내 공사를 했어도 끝나지 않은 09년 2월 19일 이사를 강행했고
봄이 오자, 잔디 깔고 화단도 가꾸며 5개월을 더 보낸 지금도 공사는 마무리 되지 않았습니다. 하자 보수공사는 언제쯤 끝내려는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사는 데 지장은 없으니...
그 사이 호수엔 분수대와 6각정도 세워지고... 조망권을 행사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이고...
옆에서 본 집...
뒷마당엔 그네타기 놀이시설도 사다가 앉히고...
비오는 밤에도 분수대 조명 사이로 뿜어내는 물줄기가 호수의 운치를 더해주는데....
집 반대편에서 바라본 그림, 중앙에 하얀집이 바로...
그럼 집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집들이 입니다. 우리 부부가 사는 방, 옷장 위엔 캐나다 전화와 한국의 인터넷 전화가 나란히...
치우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니 양해를.... 2층 안방과 붙은 화장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안방의 모습
애덜 방....
컴퓨터가 놓여있는 2층 거실, 새로 산 러닝머신은 처음 며칠 만 썼을 뿐...
노래방 기기와 어항도 놓여있고...
1층 거실 과 주방 1층 거실
1층 거실
베란다에 놓여진 바베큐 그릴
식탁.... 좋은 조망이 식욕을 돋우고...
주방과 스텐드바
2층 거실에서 내려다 본 1층 거실
라운드리 룸, 우리 LG 세탁기와 건조기인데 소음이 거의 없어 놀랍더군요... 서울가면 이걸로 바꾸려고... 여기서 엘지 제품은 최상급으로 평가되고 있더군요..... 칸쿤 공항의 모든 모니터는 100% 엘지가 평정했더군요, 놀라워라...
차고 (그라지; Garage)
지하엔 원룸 2개가 따로 있습니다. 세입자가 살고있어서 카메라에 담지 못했네요 월세 1,000불 x 2 = 2,000불 요게 매월 들어오고 있으니... 경기가 좋을 땐 1,500불 씩이었는데....
현관에서 밖을 내다 보니... 정원수는 아직....
거실에서 본 창밖의 모습, 호수 주변엔 제법 많은 집들이 들어섰지만 추운지방이라 조경이 쉽지 않습니다.
베란다에서 밖을 내려다 보니...
호수의 주변 도로는 강아지를 이끌고 산책에 나선 사람들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호수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물 위에 내려앉는 갈메기 떼와 이름 모를 물새들....
한 3년이 지나면 잔디와 물풀 그리고 숲이 어우러진 더욱 멋진 모습으로 거듭 날 것입니다.
지루한 내용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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