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북한동포 돕기 자선음악회 (영락교회에서 피아니스트 김철웅)

휘처라인 2017. 1. 8. 19:33

영락교회에서 있었던 김철웅의 피아노 연주회

           |2005.05.14. 06:58

 

클라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 피아노 연주를 들으려면 이곳을 클릭        https://youtu.be/kLxQTzZV9mQ

조문현교장의 권고로 참관했던 오늘 저녁 영락교회의 북한동포 돕기 자선음악회는 그야말로 본인의 예상을 뒤엎는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음악회가 끝난 뒤 무대 옆에서 조교장과 악수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나는 저녁을 미리 먹고 참석했기 때문에 공연뒤 벌어지는 '리셉션'과 성금전달식에 참석하고 가라는 조교장의 간청을 사양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컴퓨터앞에 앉은 나는 아직도 그 감흥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감동이 가시기 전에 미흡한 글로나마 우리 카페에 오늘의 실황을 남기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아 몇자 적으려합니다.

 

그 옛날 우리는 고등학교에 등교할 때 가끔 이 영락교회앞을 지나곤 했던 기억이 난다.

황급히 교회 정문을 들어선 나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라는 명성 만큼이나 아름답고 잘 생긴 건물들과 마주쳤다. 물론 예전엔 없었던 건물들이었다.

 

지하3층에 자리잡은 베다니 홀은 그 크기와 규모가 우면산 자락에 있는 예술의 전당의 메인 홀을 연상케 할 만큼 크고 격조높은 구조였다.

음악회의 시작은 이 행사의 취지인 북한을 향한 문화선교 활동의 취지답게 무대위에 설치한 스크린에 북한 어린아이들의 피골이 상접한 병든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잡아 나아 갔고, 북한의 어느 한 동포가 남한의 종교방송 아나운서에게 북에서 몰래 써 보내온 북에서 온 편지를 서글프게 읽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이 음악회가 그져 판에 박힌 평범한 자선음악회 쯤으로 생각했다.

 

이어서 어린이 합창단의 발랄하고 청아한 연주(합창)가 끝나고 멀리 강원도 영월에서 왔다는 영월청소년합창단(26)”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사회자는 이들이 해외에서도 활동할 만큼 실력있고 유명한 합창단이라고 소개했다.

교회에서 열리는 합창은 엄숙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이들은 연주를 하면서 자유스런 율동도 보여주고 코믹하고 익살스럽고 장난스럽기까지 한 행동으로 무대 위를 휘졋고 다니면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판에 박힌 연주의 지루함을 없애려고 고민해 낸 연출인 것 같았다.

 

이어진 순서의 주인공은 북한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김철웅이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모스크바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차이코프스키 음악 콩클에서 정명훈의 뒤를 이어 입상한바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했다.

이 사람은 얼마 전 북한을 탈출하여 이곳에 어렵게 정착하고 있는 모양인데, 지금 북쪽에 동생이 남아있어서 이곳에서 드러내 놓고 자유활동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다만 모 대학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수시로 신앙간증과 함께 피아노 연주회를 은밀히 갖는 모양이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었다. 격렬하게 건반을 때리고 훑어올리며 내리는 현란한 손가락은 신들린 듯 우리 귀에 익은 민요 도라지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스타일로 편곡한 것이라는데 평소에 듣지 못했던 특이한 선율이었다. 연주곡이 바뀔 때마다 그는 자기 지나온 과거사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들려드릴 곡은, 제가 탈북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된 바로 이 곡입니다. ‘리차드 클레이더만가을의 속삭임입니다. 북한에서 음악교육을 받을 때는 근대음악을 배우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모스크바에 유학해서 처음 이 곡을 듣고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이 곡명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궁금하여 이 연주를 잘 듣기 위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윽고 피아니스트는 아주 차분한 자세로 피아노 앞에 앉아 명상하는 듯하더니 건반을 조심스레 건드려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귀에 익은 곡이었다.

끊일 듯 말듯, 흐느끼듯 속삭이듯, 아름다운 선율은 그의 손끝에서 자유자재로 청중을 압도했다. 나는 몸에서 전율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 이 아름다운 선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몰아지경의 연주에 몰입해 있는 그의 가슴속에서도 환희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했다.

(가을의 속삭임이란 곡은 70년대의 대표적인 피아노 연주곡으로 프랑스 출신의 팝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이 만든 곡으로 대중적 사랑을 듬뿍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주가 끝나니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열광했고,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 이 천재 피아니스트의 진귀한 연주를 이런 예기치 못한 곳에서 들을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북한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남쪽에서 자유스럽게 운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제대로 홍보도 못 해 알려지지 않은 숨은 피아니스트였다.

 

그리고 그는 진정으로 하나님을 영접한 듯 은혜와 기쁨으로 충만하여 있었다. 다음은 노마 여성합창단의 연주였는데, 피아노와 파이프 오르간 외에도 고정관념을 깨고 파격적인 사물놀이봉고라고 하는 라틴 타악기로 흥을 돋우면서 청중이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기획된 연출이었다.

 

다음은 우리 카페의 주인공인 조교장이 속해 있는 임마누엘 합창단의 연주 차례이다. 60여명 정도의 혼성팀은 유니폼을 하나같이 차려입고 서 있는 표정이 엄숙했다. 뒷줄의 머리 벗겨진 사람들 틈에 근엄한 조교장의 모습도 돋보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는 합창단이라고 소개됐다. 가히 그 잘 다듬어진 하모니는 오늘 프로그램의 진수였고 대미를 장식할 만한 멋진 연주였다.

몇 곡의 찬송이 더 불리는 가운데 조교장의 목소리도 부드럽고 우렁차게 퍼져 나왔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더불어 지휘를 맡았던 최상규교수(대전신학대학교)는 마이크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

 

여러분 북한 최고의 피아니스트 김철웅교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우리 모두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부릅시다

공연장은 온통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한목소리로 울려 퍼졌고, 이 메아리는 북녘 하늘로 높이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진귀하고 열정적인 음악회를 더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한순간에 지나간 이 음악회는 너무나 뿌듯했고, 홀을 나서는 관객들 모두 감탄사를 연발했다. 산해진미를 만끽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색다른 포만감을 느꼈다.

 

그리고 모든 이의 영적(靈的) 허전함도 한껏 채워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내 핸드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열어보니 조교장이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음악회에 참석해 줘서 고맙소, 오늘 500만원 전달" .     -서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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