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중(山中)의 비밀창고

휘처라인 2017. 1. 10. 11:44

산중(山中)의 비밀창고          

2007.08.01. 08:33      


 

산중의 비밀창고


주변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을 흔히 봤기에 40살 넘기고부터는 운동하지 않으면 끝장이다,

목숨 붙어있어도 배설을 가리지 못하면 남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가  라는 생각에 산에 오르는 버릇이 생겼는데.


전번 일요일엔 친구 권유로 매번 즐겨 가던 북한산 대신 가까운 관악산을 택했고.

아침 7시 리더의 안내로 서울대학교 경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U턴 회귀점 언덕에 내리니 연주대쪽으로 좁게 난 숲길이 보였다.

인적이 드문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1시간 30분 정도 쉬지 않고 오르니 가슴이 쪼개지는 듯 했다.


안개비를 뿌리는 짙은 구름이 먼 시야를 막았지만 정상에 둘러앉아 도시락 까먹기는 신선놀음이 아니던가. 

각자 내 놓은 막걸리, 소주가 혈관을 타고 돌고 돌아 흥겨운 수다로 이어진다. 

마지막 술병이 비워지더니 누군가 숲 속을 가리키며 저기서 소주 2병만 가지고 오란다.

바위 밑을 파고 천막지와 나뭇가지를 덮은 이들만의 지하창고엔 남은 안주와 밑반찬도 저장되고 겨울이면 김치도 보관할 수 있어 아주 좋단다. 

워낙 인적이 드물어 좀처럼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나.


안개비는 이슬비 가랑비 소나기 순으로 변하더니 천둥 번개가 검은 하늘을 찢을듯 때려 내린다. 

오후 2시쯤 우리 일행은 우산을 펴든채 어둠을 뚫고 부지런히 하산하니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오늘 북한산에 갔을 텐데 별일 없었니?”

이날 저녁 뉴스에서는 “북한산 등산객 등 벼락 맞아 5명 사망,  8명 부상” 이란 자막이 선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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