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형편 고물 내시경, 건강검진 얘기
내장산의 가을 그림은 정말 황홀하네요, 후련하기도 하고 요즘은 다리운동도 할 겸 새벽에 관악산으로 약수 뜨러 다니는데 역시 다리는 계속 움직여 주어야 탈이 없는것 같군, 좋아지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높은 산에도 가 보고 싶고..
지난번 종익친구가 말한 그 서대문 근처의 '도가니 집'은 정말 유명한 집이지 다 쓰러져 갈 듯한 한옥 기와집,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곳, 내가 2년전에 가 본 기억이 있으니 아마 지금도 있을걸세. 이 근방은 내가 출생하고 자란 지역이라 잘 알고 있네만 종익친구가 어떻게 여길 다 아는지 궁금하군.
2달 전 건강관리공단에서 하라는 위암 검진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진단을 받았었는데 며칠전 결과 나온걸 보니 엉망이더군, 고혈압에 만성 위염, 위궤양, 비만 등등.. 고혈압이란 말을 듣고 난 뒤 부턴, 60여년 써 먹은 왼쪽 심장이 뻐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모르는게 약이라'고 했던가 하여간 오늘은 병원가서 정밀검진을 하기로 했으니 가 보기는 하겠지만 지난번 검진 때 병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되살아 나는구먼
이 병원은 관리공단에서 지정해준 관악구 관내의 작은 병원인데 경험있는 친구들 말로는 '건강검진도 지정병원에서 하도급을 준다'는군 그러니까 지정된 병원에서 자기네 병원 소속이 아닌 다른 작은 검진팀에게 하청을 주면 이 지정병원에 들어와 건강검진 만을 전문으로 해 준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검진 때 간호원이 내 식도로 집어 넣으려고 하는 위내시경을 보니까 내가 20여년전 영등포의 어느 작은 병원에서 위 내시경을 했을 당시의 것 보다 더 고물(古物)이더라구, 내시경 줄이 아주 굵고, 녹이 슬고 줄 껍데기가 거칠고 지저분한 것이 ... 아이고 이 줄이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야 한다니.... 이 구멍 저 구멍 쑤셔 넣었던 내시경이 소독이나 제대로 했겠나 싶은 것이 기가 막히긴 했지만 어쩔텐가. 이미 입 벌리고 침대에 누었는데..
나는 간호원에게 위의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 를 내가 좀 봐야 되겠으니 내 눈 앞으로 좀 끌어 당기라" 고 했건만 이 아가씨는 "잘 보이지 않을거예요" 하면서 자꾸 내 머리 뒤쪽으로 모니터를 놓더라구, 보지못하게. 난 험상궂은 내시경을 억지로 집어 삼켰는데 이 때 갑자기 밖에 있던 한 남자 의사가 들어와 내시경 줄을 빼앗아 들고 이리 저리 돌려 보더니 "아이고 위궤양이 있습니다"
난 내 밥통의 속 모양을 보려고 억지로 고개를 젖혀 모니터를 쳐다 보니까 그 옛날의 희미했던 고물 흑백 TV와 너무 흡사하더라구, 20여년 전 내시경으로 보았던 그림은 아주 선명 했었는데.... 이게 무슨 '선진국 경제대국' 의 건강검진법이란 말인가
나는 이 당시 검진을 끝낸뒤 이들에게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속이 뒤집혀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죠. -서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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