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계천 복원 공사 느낌

휘처라인 2017. 1. 9. 06:09

청계천 복원 공사 느낌     

     

2005.11.11. 05:00                    

 

청계천


 

종익친구, 청계천과 서울 나들이 소감이 남다른 것 같군

자라던 시절 친구들 고생하던 일까지 기억해 내고,

잠시 그 시절로 '타임머쉰'을 돌려 놓으니 누군들 어찌 감회가 없겠는가

하여간 서울사람도 제대로 보지 못한 청계천을 잽싸게 둘러보고

남대문 주변에서 아득한 옛날의 흔적들을 찾아 살피고 갔다니.... 귀소본능에 이끌렸겠지.

 

1950년대, 그러니까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당시 이 복개되지 않은 청계천변 양쪽에는 다닥다닥 붙여 지은 상가가 길게 들어서 있었지, 

그러니까 청계천4가의 천일백화점 근처쯤인데 이곳에 나의 선친이 운영하는 중절모(나까오리) 점포가 있었고 나는 영천에서 전차를 타고 이곳을 가끔 들르곤 했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은 이 시장에 들리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활기가 넘쳐났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넋이 나가 있던 일, 빙수 한 그릇 얻어 먹고 신나던 일,

지금 생각 해 보니 이 당시 ‘구루마’에서 팔던 빙수에는 단팥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구,

단팥  대신 미수가루와 설탕을 넣는 것이 고작이었고,

병에 넣은 울굿불굿한 물감을 뭔지도 모르고

빙설 위에 마구 뿌려 먹던 일이 생각나는군.


이 당시 청계천에선 시꺼먼 시궁창 갯벌 바닥을 헤집고 다니며 고철 줍던 아저씨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아주 작은 철사나 못 하나도 보물처럼 주워 담고 있었지.

모두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우리 친구들 살아 왔던 얘기를 듣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


청계천을 복개하고 고가도로를 세우고, 다시 헐고 개울물을 살려 보려고 법석을 떠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제멋에 겨워 나름대로 꾸미고 있는 모든 일들이 얼마나 덧 없고 허무한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머리 깍고 산으로 들어가야 할 소리일까?               -서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