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의 추억 2
두쌍의 남녀가 들어간 사랑방은 열두자쯤 되어 보이는 제법 넓은 방인데,
방 윗목 끝엔 내 친구 한쌍이 자리를 잡았고, 아랫목엔 나와 그녀가 자리를 잡아서
두쌍 간의 간격은 3미터를 넘었다.
백열등을 끄고난 방안은 칠흙같이 어두었고 간간히 낙엽이 흩어져 뒤안길로 구르는 소리만
들려올 뿐 고요하기 이를데 없었다.
가을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상대편의 동태는 오로지 소리에만 의지해야 했다.
저쪽편에 드러누운 여자는 훤칠한 키에 긴머리를 하고, 약간 검은 피부의 남방계 미인형이었다,
상대 역시 이 여인에 걸맞는 남방계 사내인데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 싶네'라는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부르는 친구였다. 둘은 성격이 활달하고 좋았으며 예의도 지킬줄 알았다.
열차를 타고 오면서 이들의 사이는 이미 깊은 관계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이불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길이 없었다.
우리 일행은 크리스마스때 그룹 미팅에서 만났던 사이로 남자는 남자끼리 매우 친숙한 사이였고, 여자들 역시 그러해서, 서로 서먹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넷이 자연스럽게 한방을 쓰게 된것이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뒤, 저쪽에서 먼저 이불자락 스치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리기 시작 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쪽을 의식한듯 했다.
그러면 그렇지 .., 난 성난 대추방망이를 부여잡은채 모든 안테나를 그쪽으로 향하게 했다.
내 앞에 드러누운 여인 역시 숨을 죽이고 있는듯 했고,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사정도 급한데 왜 남의 일에만 신경써 이 빙신아 !! "
내 여인의 외모는 이러했다.
시원한 이마에 동그란 얼굴, 작고 오똑한 코, 웃을때면 입술사이로 가지런히 내미는 옥수수같은 하얀이, 쌍거풀이 없는 북방계 토종 여인은 사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상아빛 피부에 아담한 몸매, 앞가슴은 적당했으나 엉덩이는 둥글고 크게 잘생겼다.
지금쯤 이 여인은 옥문을 활짝열고, 그 골짜기에 사랑의 물을 쏟아 바르면서 사내가 어서 빨리 미끄러져 들어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겠지,
내 여인의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 지는듯 했다.
이 여인은 나에게 또 이렇게 말하는듯했다.
"다 차려놓은 밥상인데 숫갈질도 못하고 있네 이 빙신, 뭐 이런 인간이 있어"
나는 이 여인과 결혼에 대하여 말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꼬리 월급으로 여섯식구를 책임져야할 장남인지라, 생활고에 시달려온 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소심한 나의 머리속은 '지금 일을 벌이면 일생을 책임져야 해' 라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난 오늘 아무런 준비도 없이 허겁지겁 일행에 합류했을 뿐, 이같은 사태를 전혀 예상치 못한 못난 쑥맥이었다. '컨덤'도 준비하지 못했다.
한편, 저쪽 사내와 계집은 숨소리의 강도를 점점 더 높여 갔다.
이쪽은 아랑곳 하지 않는듯 했다.
이윽고 여인의 입에선 신음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어두워서 알 수는 없으나, 사내는 벗어놓은 양말을 여인의 입에 틀어 막아 보려는듯 했다.
잠시 소리가 막히는듯 했지만, 이내 여인의 교성이 틀어 막힌 입술 사이로
사정없이 퍼져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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