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유성 고속버스터미널로 오명근친구를 픽업하러 나갔더니 묵직한 여행용 가방을 힘겹게 끌며 다가오고 있었고 한 쪽 어깨엔 문제의 그 쇠가죽 피리가방을 메고 있었다. 둘은 겸연쩍게 악수를 나누었고
깜박이를 켠 채 기다리던 승용차 트렁크 안에 재빨리 짐을 던져 넣고는 앞자리에 그를 앉혔다. 아직 점심때가 되진 않았으나 미리 마음먹었던 대로 대전에서도 꽤 유명한 학하리(鶴下里; 지금은 학하동, 일명 수통골)라고 하는 골짜기로 향했다.
검색창에 ‘학하리’를 쳐 넣어 보면 이곳과 관련된 정보가 꽤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명당하면 大田(한밭)을 먼저 꼽고 전해 내려오는 고승(高僧)들의 말씀으론 전 세계의 명당이 바로 이 학하리라 말했단다. 그러니 이 근방에서 불과 2km 정도 떨어진 곳에 근무처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며 어찌 이 학하리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으랴. 범상치 않은 겹겹의 산세를 보면 등골이 오싹하며 마음이 숙연해 진다. 향기롭고 달콤한 공기는 밥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행복한 골짜기 수통골... 팔만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했고 숙신비결로 많은 예언을 남기고 1983년에 입적한 탄허(呑虛)스님이 이곳 학하리에 자광사를 지어 오래 머물기도 했었고 우암 송시열선생도 이곳에서 공부했고 천하를 떠돌던 괴물 고승 해운(海雲)스님도 이곳 출신인지라 계룡산파가 생겨난 것이라 한다. 맑은 계천을 따라 수통골에 다다른 우린 이곳에서도 아주 유명하다는 ‘도덕봉가든’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예약이 없으면 자리도 없다는 이곳에서 한 접시에 3만5천원 하는 훈제유황오리를 ‘만사형통주’ 와 곁들여 먹었다. 딱 한잔만 하겠다던 명근친구도 서너 잔을 먹는 것으로 미루어 술맛이 괜찮았던 모양이고,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에 나온 수제비는 지금까지 먹어 본 일이 없었던 기막힌 맛이었다. 퇴근시간이라 여기서 접습니다. 계속
4인용 훈제오리고기를 단 둘이 남기지 않고 먹으려니 아주 힘이 들었다. 결국 3분의1은 남기고 말았지만... 누군가 불러내어 같이 먹어도 되는데... 숟가락만 더 놓으면 되는데... 못 올 줄 알지만 여기 저기 전화라도 했어야 했는데... 식당에서 나온 난 회사일 때문에 그만 들어가 봐야 되겠다고 말했더니 이 친구가 “저녁에 머물기로 했다는 당숙이 살고 있는 친척집에 데려다 달라” 고 하여 유성시내 번화가에서 1km 벗어난 한적한 시골 마을 외딴집에 그를 내려놓게 되었다. 이 친구는 이 집에서 샤워하고 피리나 불고 있어야겠다고 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답게 무덤덤한 표정에서 유유자적 욕심 없이 살아가는 이 떠도는 방랑자를 뒤로 한 채 나의 회사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난 어제 이 친구가 점심을 먹으면서 “내일은 논산 쪽 계룡산 자락에 있는 ‘마음수련원’에 입교해야 한다” 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 전화를 걸었다. “내가 오늘 오후에 서울로 올라가야 하니 일찍 마음수련원에 가자” 고 해서 이 친구를 차에 태우고 떠나는 길에 이 친구의 소원대로 유성시내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는 한적한 막다른 마을로 갔다. 지금은 전원카페와 한약방으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뀐 어렸을 적 옛집도 둘러보고 선조 묘소도 참배하게 했다. 캐나다 출국을 앞두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내려온 것이다. ‘의식개혁운동중앙회’ 가 설립했다는 ‘마음수련원’을 가는데 입간판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가는 길을 여러 번 물어야 했다. 내가 보기엔 의도적으로 입간판을 세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수련원 근방에서 길을 가르쳐 주던 구멍가게 주인은 “수련원에서 이 지역 땅을 모조리 사 들이고 있다” 고도 했다. 이 수련원엔 많은 목사. 스님. 신부들도 다녀 간 것으로 미루어 종교색채는 없어 보이나 그 ‘의식개혁’ 이란 말이 마음에 걸린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입교하여 다음 주 토요일 오후 3시에 끝난다고 하니까 아마 이번 주 토요일이면 서울로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수련원에서 대전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도 있으니까 또 나에게 차 가지고 오란 얘긴 없을 것으로 믿는다. -서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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