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부도 '새우잡이'

휘처라인 2017. 1. 9. 23:40

제부도 새우 잡이          


2006.09.26. 06:00       

   



지난 주말 화성시 송산면에서 포도농장을 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야! 내일 새우 잡으러 갈 테니까 같이 가지 않겠니? 

그물질 한번에 한 바가지 씩 잡힌다니까, 준비할건 작업복에 새우 담을 바께쓰 하나면 돼,  먹을 것은 여기서 다 준비할 테니까. 

새우젓 담가 김장에 쓰면 맛이 아주 그만이야”


난 작년 요맘때 주체 못할 정도로 새우를 많이 잡았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 의심하지 않고  바께쓰 2통을 트렁크에 집어넣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새우 2통을 잡아다 마누라에게 진상을 하면 그동안 크게 잃었던 점수를 만회할 것 같은 욕망이 나를 부풀게 했다.


일요일 새벽 빈손으로 가기 미안해 소주 5병과 삼겹살 2근을 차에 싣고 약속장소로 갔다.

일행 4명과 함께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일명 사강)소재지에서 제부도 방향으로 5km 정도 거리의 바닷가 갯벌로 새우 잡이를 나갔다. 


강변엔 활어 운반차량들이 지하에서 퍼 올린 바닷물을 탱크에 담고 있었다.

바닷가 여기저기에선 릴낚시로 망둥어를 잡느라 부산했다


우린 폭3미터 쯤 되는 그물(반도)과 함께 싣고 온 먹을거리를 집어 들고 모래밭 바람이 덜한 터를 골라잡아 앉았다.

곧장 팬티 바람으로 물속에 들기엔 좀 기온이 서늘해 우선 소주부터 먹기로 했다.


누군가 준비해 온 2리터 들이 알콜 30도의 복분자 술병도 꺼내졌다. 

밭에서 따온 열무잎사귀에 묵은지와 구은 삼겹을 올려놓고 쌈장 찍은 생마늘과 풋고추를 한입에 넣으니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았다.

바람 부는 바닷가에 둘러앉아 온갖 잡담을 나누며 어제와 내일 일을 모두 잊는다. 


지금 이 순간만 몰두하면 될 값진 풍류임에 틀림없다.


2리터를  삽시간에  비운 일행은 그물을 어깨에 메고 보무도 당당히 물가로 갔다.

크게 벌린 그물 막대를 양쪽 사람이 두 손으로 움켜잡고 앞으로 밀고 나가면 나머지 한 두 사람은 물을 발로 텀벙대거나 나무 몽둥이로 수면을 내리쳐 새우를 몰면서 그물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는데, 잡히는 것은 손가락만한 망둥이 몇 마리와 잔 새우 반 주먹이 전부이다.


한 바가지씩 걷어 올린다는 건 작년 얘기다.

기대에 미치진 못하지만 이렇게 두어 시간, 양말 앞쪽이 갯벌에 닳고 닳아 없어질 정도로   새우 잡이를 끝내고 나니 반 바께쓰는 되었다. 

 “물 빼고 새우 망둥이만 반통 이니까 낚시하는 사람보다는 수 백 배 소득이 많은 거다”  라고 자위하면서.


서늘한 날씨와 바람 때문에 작년보단 훨씬 못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매운탕거리로 충분하다. 

라면으로 끓여 낸 매운탕이 점심과 저녁 끼니를 모두 해결해 주었다.


먹은 술병은 사방에 나 뒹굴고...

난 이날 먹은 술로 친구 집 사랑채에서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새우잠을 잤고 다음날 새벽 2시에 핸들을 잡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난 코를 훌쩍거리며 마누라 앞에 텅 빈 바께스 2통을 내려놓고 이렇게 말했다.

“다음엔 곤쟁이 꼭 잡아올게” 


그네들 말로는 이번 새우 잡이 철이 지나면 곤쟁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곤쟁이 회 먹으로 또 가자고 하는데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엉덩이 찢겨진 내 바지 버리고 남의 바지를 빌려 입고 왔으니 돌려주기는 해야겠는데... 또 걱정 되네...

                                                                  -서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