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경포대
초겨울의 경포대 여렸을 적에도 경포대엘 갔었지 산과 바다와 호수가 사이좋게 어우러진 그래서 그림 같던 이곳 간 여름 북적였던 피서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발바닥만 남긴 채 오간데 없어 썰렁하기만 모질게도 변치 않는 파도여 성난 이빨을 허옇게 드러낸 채 텅 빈 모래밭을 줄기차게 갈겨 패네. 우르릉 철썩 우르릉 쿵 철썩 펼쳐진 수평선 저쪽 뵈는 건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뿐 배 한척 섬 한 조각도 보이질 않는 구나 싱겁고 싱거워라 울퉁불퉁 옹기종기 섬들로 가득해 정겨운 서해도 보고 싶다 모든 생명이 바다에서 비롯됐다나. 그래서 그런지 바다는 그립고 보고 싶은 엄마와 같아 백사장과 바짝 붙은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창이 넓게 드리워진 쉼 방이 절로 좋아라. 어두운 방에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어둠 깔려 인적 드문 해변 수평선엔 집어등 불빛이 거미줄 구슬처럼 늘어서 있네. 하늘엔 반달이 구름 새를 비집고 옆구리를 동여 맨 채 거니는 꿈길을 밝혀주네.
자정이 넘어도 폭죽 터져 허공을 찢는 소리 그들만의 젊음이 백발초로의 불청객을 잠 못 들게 하누나. 내일은 또 어디로 발길을 돌릴까 나고 늙고 병들어 흙먼지로 가고 마는 삶 자연 순환 섭리 맞춰 겨울 가고 봄이 오듯 우리들의 청춘도 다시 회생하려는가.
-경포대 해변에서 서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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