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 에서
종로에 나갈 일이 생겨 종익친구가 부탁한 책도 살 겸 종로 네거리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렸다. 입구에 설치된 도서 검색대에서 저자 ‘김윤수’ 의 도서목록을 검색해 보니 모니터엔 10여 가지의 저서가 떴다.
저자 중 동명이인이 없다면 출간된 서적 모두가 친구의 딸이 지은 것일 텐데, 하여간 난 이 저서 가운데 <사진의 발견> 이란 책이 어느 진열대에 놓여있는지 번호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를 제외하곤 사방 벽면과 바닥 모두가 책들로 꽉 들어차있어서 조금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진열대 밑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만화책을 열심이 읽고 있는 꼬마들이 상당히 많았고 신문지를 깔고 앉아 전문서적을 탐독하는 어른들도 제법 많았는데 이렇듯 책을 사지 않고서도 눈치 안 보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당당하게 열독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바람직한 풍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네 어린 시절 학교에선 만화책을 읽으면 안 된다했고 연예계의 대중문화에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요했지만 지금은 딴판이지 않은가. 이 만화책이야 말로 어린이들이 많이 보아야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사장된 끼(달란트)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텐데... 30 여년 전 우리나라의 여러 예언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어린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니 우리나라의 미래는 아주 밝고 과학자 예술인 등 뛰어난 영재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영리한 민족이다”
요즘 ‘IT 강국’ 이니 ‘한류’ 이니 ‘대한민국의 1등은 세계의 1등’ 이란 말이 자연스런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입시위주의 획일화되고 잘못된 교육풍토, 고시공부에만 매달리게 만드는 엉터리 풍토 에서도 이 정도이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른들의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의 숨어있는 끼를 찾아 길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그 책을 찾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단성사 옆 ‘종로빈대떡’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이 보고싶었다.
아래는 김종익 친구의 따님 김윤수 의 저서 <사진의 발견> 副題 <‘i' 김윤수와 함께 17人 17色 사진의 정원을 거닐다> 의 저자에 대한 프로필 전문이다. (아버지를 쏙 빼 닮은 사진은 옮기지 못합니다.) 1969년생으로 서강대학교에서 불어 불문학을 전공하고<행복이 가득한 집>,<마리 끌레르>.<마담 휘가로>의 기자를 거쳐<오뜨 젠느> 와 롯데호텔 멤버십 메거진 <프리빌리지>의 편집장을 지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더구나 지금의 나를 보면 8살 때의 내가 과연 그랬을까 의아하지만,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나는 소풍 가는 날마다 운동회 날 아침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다고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눈빛을 반짝거리며 집중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더 좋아했다.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 이과에 진학했지만, 내 운명은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으므로 대학 졸업 후 순수문학과 외국계 회사로의 갈등을 반복하다가 ‘미운 오리 새끼를 찾는다.’ 는 신문광고를 보고 지원해 아주 높은 경쟁률을 뚫고 <행복이 가득한 집>의 기자가 되었다. 기자와 편집자로 지낸 13년 동안 나는 공적인 사생활 침입자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내 주변에 희한한 사람도, 재미난 사람도, 대단한 사람도, 특이한 사람도 많다고 했다. 나에게는 언제나 사람만이 가장 흥미롭고 가슴 진한 감동을 전해 주는 유일한 주제였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느 스포츠 브랜드의 카피처럼 세상을 크고 작은 일들은 단순한 일상을 재미있고 위트 있게 뒤집는 역발상과 전화 수화기를 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내가 마음속에 담아 둔 생각과 인연을 책으로 엮어 세상 밖으로 내놓는 것처럼. x x x 대견하게 여길 종익친구 딸의 앞날에 서광이 있기를. 어버이 들은 자기 자식에 대해 친구들로부터 이런 평가를 듣기 좋아한다. “애비보다 낫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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