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소식
포트 맥머리에 온지 20여일 지났습니다만 이렇다 할 재미는 없습니다. 회사와 학교에 왔다 갔다하는 식구들 뒷바라지 하느라 한가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주 카페에 들어오지도 못했구요.
우리나라의 큰 소식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서 듣고 보고 할 수 있으니까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친손주와 친구들이 보고싶고, 광장시장의 먹거리가 탐 날 따름이지요
여기 요즘 날씨는 영하 10도~ 영상 10도 정도로 지붕 위와 도로에 겹겹이 쌓였던 눈도 다 녹아 내렸고 제법 봄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하지만 나무에 새싹이 나오려면 5월 말일 쯤 되어야 한다네요
낮 시간도 무척 길어져서 오후 8시 30분 쯤 돼야 어두어지기 시작하는데 6월 21일 하지에는 어두운 밤이 없고 온종일 대낮처럼 환해서 밤 잠을 설치게 되는 백야를 경험할 수 있다네요
이제 시차 적응 돼가는 마누라 운전실습 시키고 여기 일 제대로 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서울에 가고싶지만 이젠 주변의 모든 정황을 살펴보고 움직여야 되니까 딱 부러진 계획을 잡을 수가 없네요
여긴 특별한 소식 전해 드릴 게 없어서 오늘 벤쿠버의 오명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누었던 얘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명근 친구와 나눈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이렇게 적어서 공개해도 될지 걱정은 됩니다만 명근 친구도 아무런 양해 없이 공개하는 걸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적어보겠습니다.
오명근 친구는 이 달 말일 서울로 가기위해 비행기를 예약했다고 하면서 이번 집 안 일때문에 서울로 떠나는데 떠나기 전에 한번 찾아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시작으로 이 사람과 한 30여분 통화했습니다.
오명근 친구가 이 사람과 가까이 있다고 해도 한 1천km는 떨어져 살고 있고 시차도 1시간 이니까 쉽게 만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다음 번 내가 서울 갈 때는 꼭 밴쿠버를 들려서 가겠노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난 이 친구가 몇 년전 계룡산 자락에 있는 한마음 수련원에서 긴 시간 동안 모든 정규과정을 수료했기에 따로 이 친구에게 “오법사”라는 별명을 지어서 불러주겠다고 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사양했지만 이제부터 그냥 “오법사” 라는 별칭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옷 차림새와 폼도 법사라 부르기 적합하고, 피리들고 다니며 조건없이 연주해 주고, 피리동아리 만들어 현지 외국인 아동들에게 무료로 사사하는 것 하며, 아주 낮은 자세로 천하를 유유자적하며 떠도는 듯 살아가는 그 모습하며 …
그럼 지금부터 이 오법사가 이 사람에게 전화로 말한 내용을 두서없이 적어보겠습니다. --------- --------- ---------- “ 내가 여기 밴쿠버에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여기 사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겠는데 난 여기가 좋은 이유가 있다네. 내 집 앞에 있는 큰 4거리를 내려다 보노라면 교통순경 찾아볼 수 없어도 걷는 사람이나 차량이나 철저히 잘 지켜지는 교통질서가 우선 맘에 들고, 그야말로 거짓과 가식이없는 정의사회가 좋아 보이고, 누구든 외모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직업의 귀천이 실제로 없고, 영어 한마디 못하는 한국사람도 일자리 많아 사는데 불편없고, 세금이 많아서 필요한 만큼 만 일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서 좋고 나머지 시간은 즐기기 좋고, 체면유지가 필요없고, 천혜의 환경과 맑은 공기하며…
조금 있으면 여기 산야와 논두렁 밭두렁에 블랙베리가 열리기 시작하는데 누구 하나 따러 오는 사람도 없고 블랙벨리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작년에 따 놓은 거 가지고 술 담궜으니까 빨리 마시러 오게나. 먹고 자는데 걱정없으니...
이 블랙벨리를 먹게되면 그 다음 날 아침에 바로 효과가 나오네, 왜 복분자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있다네.
우리끼리니까 얘기지만 아침 해 처럼 힘차게 불끈 솟아오르는 남근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이고 이런 불편한 시간이 서너시간은 족히 넘네그려, 이건 내가 실제 체험한 거니까 조금도 거짓이 없네.
요금은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하고 무려 15종의 갖가지 벗나무 꽃들이 피기시작하면 이 벗꽃은 한 3개월간 계속 피고 진다네. 또 좀 더 있으면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 나오는데 따 가려는 사람도 없다네
자네 마누라는 아이 돌보느라 시간이 없을테니까 여기 혼자 며칠 묵었다 가게, 여기 시내에 가면 모두가 한국말 간판이고 노래방에 가면 여인네들(직업 도우미가 아닌 듯)도 부를 수 있으니까 자네 노래한번 들어보세 ….” ---------- -------- -------
대충 이런 말을 듣고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숨을 고르고 나서 계획을 짜 보겠노라 말했습니다.
여기 포트 맥머리에서 벤쿠버 가는 비행기는 많이 있습니다만 대부분 40인승 프로펠라 여객기 입니다. 금액은 최하 왕복 400불 정도이구요, 직접 가는 버스나 열차는 없고 승용차는 너무나 시간이 걸리고 기름값도 적지 않고 위험부담도 있어서 적절치 않구요, 하지만 한번 갈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서울에 친구들이여, 이 좋은 봄, 여기 관광 다시 한번 오시려거든 이 친구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더 늙기 전에 ….
우리 양회장님 몸조리 잘 되시는지 궁금하구요, 새로 창업한 송태영 친구도 잘 돼 가시는지, 새 일터 찾아 즐거운 나날 보내고 있을 종익친구 소식도 궁금합니다.
포트 맥머리에서 서 진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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