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 실화
혼자 보기엔 너무나 아까워 여기 옮겨 봅니다. 잠시 머리도 쉬어 갈겸
인터넷을 뒤지던 중 신창원의 강간혐의가 무죄라고 하는 기사를 보고 왜 무죄인가를 검색해 보다가 신창원의 변호를 맡은 사람이 쓴 다음과 같은 글을 만나게 됐습니다.
지나간 얘기지만 이 무죄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기에 옮겨 적습니다. 아주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아래 목차대로 월간지 신동아에도 게재됐었다는데, 저는 "재판에 異變- 강간혐의에 무죄선고. 그러나 강간은 있었다" 부분만 발췌하여 적겠습니다.
출처 : 다음카페 ‘서울을 사랑하는 사람들’ (03. 6.15 게재) [탈옥수 신창원의 非공개 스토리] 嚴相益 변호사의 法窓實話 ----------------------------------------------------------- 나의 변론:『공정성과 人格이 담긴 판결은 반드시 그를 새로 태어나게 할 것입니다』 ●재판에 異變- 강간혐의에 무죄선고. 그러나 강간은 있었다 ●옥중결혼 계획의 파탄 ●수갑을 두 개 차고 그린 강아지 ●『글을 쓰고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구태여 나갈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 세상 비난 유도키 위해 「강간범」으로 몰아 지난 6월28일 오후 4시 부산고등법원 103호 법정에서 열린 첫번째 항소심 공판에서였다. 『이봐 신창원! 서울에서 익산까지 뛰어간 게 정말이야』 재판장이 호기심 섞인 어조로 물었다. 『걷다 뛰다 했어요』 신창원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4층 건물 옥상에서 그냥 뛰어내린 것도 맞아?』 『네』 『안 다쳤어?』 『괜찮았어요』 엉뚱한 질문을 하던 재판장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봐 신창원! 자신을 제정신이라고 생각 하나?』 재판장의 목소리가 준엄해졌다. 『예??』 신창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재판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동안 해온 행동 하나하나가 올바른 정신상태에서 했느냐 말이야』 재판장이 재차 다그쳤다. 탈옥수 신창원의 변호사인 나는 순간 일반인들은 알 수 없 는, 그가 던지는 화두의 의미를 알아챘다. 김능환 부장판사, 그는 사랑이 많은 판사 였다. 관례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 이었다. 그는 내심으로 「심신미약」이라는 법률적 減輕(감경)사유를 만들어주려고 유도하는 것이었다. 신창원은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 유도하는데도 『한 잔도 안 먹고 말똥말똥했어요』라는 헛똑똑이들도 많았다. 재판장이 던지는 그런 비밀코드는 정직한 사람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신창원의 표정에 순간 모욕감이 어렸다. 그러나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창원의 자기 고백이었다. 순간 재판장의 얼굴에 얼핏 작은 미소가 스쳤다.
『재판부의 직권으로 정신감정을 결정합니다』 재판장이 선언했다.
그렇게 신창원 공판의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 신창원은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나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이 용납하지 않았다.
공소사실은 크게 분류하면 두 가지였다. 도피 자금을 구하기 위한 여러번의 절도와 강도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강도라는 무거운 죄명의 속을 들여다보면 택시비 1만원과 기사가 동전을 준 것도 하나의 강도죄였다. 그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파렴치범인 특수강도 강간죄였다. 그에 대한 사회적 동정이 떠나간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1 심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결백하다는 것 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무죄가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지 못했다.
강간범으로 대서 특필해서 세뇌시킨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싫어서였을까. 그게 세상 인심이었다. 검찰은 그를 끝까지 강간범으로 단죄를 하기 위해 항소를 하고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
「파렴치범」으로 몰린 담당형사의 증언
강간죄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엉뚱한 인물이 나서 주었다. 신창원의 검거를 전담했던 경기경찰청의 김구현 경장이었다. 그는 신창원과 평택에서 격투를 벌이기도 한 용감한 경찰관이었다. 그는 신창원 때문에 경찰에서 파면과 복직을 되풀이했다. 그가 신창원측의 증인을 자청한 것이다.
『선서하세요. 만약 거짓이 있으면 처벌받 습니다』 재판장이 엄중 경고했다.
『알겠습니다』 김경장의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서렸다. 신창원이 가장 증오한 인물이 바로 김경장이 었다.
신창원은 일기에 김경장이 자기 여자를 강간했다고 썼었다. 김경장은 그 일기 때문에 파면됐다.
서로 강간범이 된 두 사람은 원수 같은 사이이기도 했다. 변호사인 내가 먼저 묻기 시작했다. 『공명심에서 사적으로 신창원을 체포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도가 됐었는데 어떻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닙니다. 형사기동대장이 권총과 실탄을 주면서 신창원을 잡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다 검거에 실패하고 언론이 알게되니까 저를 속죄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경찰청장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이겨서 복직을 했었다.
그의 증언의 동기는 몸담았던 경찰에 대한 환멸과 배신감인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신창원의 성질과 범죄수법을 경험하셨는데 설명해 주시죠』 『소년범 시절부터 주먹은 써도 여자는 안 건드린 것 같습니다』
범죄인마다 터부시하는 것이 있다. 죄를 지었어도 특히 사기범을 혐오하기도 했다. 자기 원칙과 질서를 만들기도 했다. 보석털이 전문이면 골동품이 있어도 가져가지 않았 다.
범죄세계의 신사라고 알려진 인물들이 기피하는 게 강간이었다. 범죄계 거물들의 독특한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증인은 신창원과 아는 사이인가요?』
『단 한 번 조우해서 격투를 벌였을 뿐입니 다. 저기 있는 신창원이 내가 그의 여자를 강간했다고 일기에 쓰면서 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 『증인은 신창원의 여자를 강간했나요?』
『그런 적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건 누명이란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묘한 상황이었다. 강간죄란 것은 만들어지 는 것인가. 나는 경찰의 일반적인 수사방법 을 지적하는 쪽으로 질문의 방향을 돌렸다. 『증인은 형사로서 강간죄를 조사해 봤지요 . 보통 어떻게 합니까?』 『여자는 강간당했다고 하고 남자는 아니라 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때는 어떻게 합니까?』 『여자의 진술을 토대로 강간으로 몰고 가 는 때가 많습니다』 『속칭 꽃뱀의 경우같이 여자측에서 교활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형사인 증인이 강간으로 조사를 받아봤지요?』
마지막에는 기진맥진했어요. 그때 경찰 간부들이 언론에 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사정까지 했어요. 결국 저도 허위자백을 했습니다. 조사 서류에 저는 아직도 강간범입니다』 『신창원에 대한 강간죄는 어떤 형태로 조사되어 갔나요?』
『피해 여성들의 기억이 신뢰할 만큼 명확합니까?』 『진술이 막연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인의 기억은 막연한 경우가 보통이다. 조서를 작성하는 형사는 명확한 기록을 만들어야 한다. 종종 시간이 갈수록 증인의 기억이 또렷해지는(?) 해프닝도 많았다. 증인의 소심함과 수사관의 과잉의욕이 빚어내는 현상들이다. 김경장은 자신이 겪었던 신창원이 강간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러 법정에
선 셈이었다. 일년 전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신창원은 내게 자기는 강간을 한 사실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다만 그 피해자는 지금 기소된 강간죄의 그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유죄가 나오면 그냥 처벌을 감수하겠다 고 말했다.
공소장에 나온 그 여자는 아니 더라도 죄인인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담당변호사에게 털어놓은 진상. 『그럼 자기가 강간 당했다고 진술하는 그 여자는?』 내가 물었다. 『처음 보는 전혀 모르는 여자예요. 황당했어요. 법정에서 저를 보고 씩 웃는 표정인 데 소름이 돋았어요』
1심판사는 그녀의 증언을 배척했다. 오히려 담당형사와 소주를 여러 차례 마셨다며 횡설수설하는 그 여자에게 주의까지 주었다.
<장마 비가 밤까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 신창원은 벌써 몇 시간째 비를 맞으며 청담동의 5층 건물 옥상에 서 있었다. 건물주는 정말 고마운 분이었다.
그의 도움이 없으면 거미줄같이 촘촘한 수사망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뼈저리게 고독하고 힘든 도망자 신세였다.
빗속에서 하나 둘 주택가의 불이 꺼져 가고 있었다. 망연히 내려다보는 그의 시야에 열려진 2층 창문 안에서 책을 읽는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늑한 풍경이었다 . 위로받고 싶었다. 이윽고 그녀가 침대에 누웠다. 눌려 있었던 욕정이 온몸에서 들 끓었다. 어느새 신창원은 그녀의 창문 아래 골목에 서 있었다. 벽에 붙은 가스관이 빗물로 번들거렸다. 그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운동화를 벗고 가스관을 기어올랐다. >
『돈 있는 거 다 드릴게요』 신창원을 본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한 차례 뜨거운 것을 쏟아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후회가 엄습했다. 『못할 짓 했다. 미안하다』 그는 복면을 벗으면서 사과했다. 그는 자신이 탈주범임을 밝혔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을 독백같이 늘어놓았다.
어느새 그의 얘기를 듣는 여자의 얼굴에서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었다. 『결혼할 남자가 있는데 난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녀의 얼굴은 낙망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녀가 신고하면 그 자리에서 잡혀가 속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발 어디 있어요?』 갑자기 그녀가 물었다. 신창원이 맨발이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 두고 왔는데…』 신창원이 우물쭈물했다.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요』 그녀가 주위를 살피더니 조용히 나갔다. 그는 그대로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경찰에 알리든 말든 이제 그것은 그녀의 일이었다. 그는 운명에 순종하고 싶었다.
『신발이 거기 없어요. 같이 가서 찾아요』 한참 만에 돌아온 그녀가 말했다.
굵은 빗물이 바닥에 떨어져 사방으로 은방울을 튀겼다.
방에 돌아온 그녀는 조그만 서랍장을 열더니 마른 트레이닝복을 한 벌 꺼냈다. 『이거 갈아입어요』 그녀는 구석에 있는 싱크대로 가서 가스불을 켰다. 『저녁 안 먹었죠?』 그녀가 씻을 쌀이 든 냄비를 올려놓으며 물었다. 『…』 신창원이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서 생명수 같은 정이 흘러 들어왔다. 순간 그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허름한 가구 몇 점이 전부였다. 직장에 다니는 가난한 집 딸 같았다.
『아가씨는 꿈이 뭐였어?』 그가 그녀의 등에 대고 물었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좋은 책도 실컷 읽고 싶었구요. 그런데 돈이 없는 거 있죠? 원수 같은 돈 뭉치를 한번 깔고 앉아봤으면 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아저씨도 없는 집 아들이라 이해하죠?』 그녀가 뚝배기에 된장을 떠 넣으며 대답했다.
『난 말이야 평범한 남자가 되고 싶었어. 아내가 싸 준 도시락 들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웠지. 지금은 그 정도는 감히 마음도 못 먹고 그저 경찰이 알아볼 수 없게 광대로 분장한 엿장수가 돼 고향에라도 가보면 한이 없겠지만…』
『이거 다 가져』 신창원이 가방에서 돈다발을 방바닥에 쏟아 놓으며 말했다.
그녀는 돈다발들을 차곡차곡 방바닥에 쌓고 있었다.
『다 들었으면 씻어요』 신창원은 샤워기가 달린 좁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신창원이 벗어놓은 속옷을 가져다 빨았다. 항상 쫓기는 도망자의 옷은 몹시 더러웠다. 몸을 씻고 나온 신창원은 그녀가 돈 다발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저씨, 나 소원 성취했어요』 그녀가 서글픈 눈으로 신창원을 바라 보았다.
그녀는 돈다발들을 다시 가방 안에 차곡차곡 넣기 시작했다.
신창원이 만난 여자들은 두 모습이었다. 철저히 그를 이용하거나 끝없는 자기희생이었다.
티켓다방에서 일하던 J에게 신창원은 알라딘의 요술램프였다. 그녀는 신창원에게 도둑질을 재촉하기도 했다.
집을 사달라고 하기도 하고 가족까지 동원해서 장물과 수표들을 처분했다. 수많은 현찰과 장물들이 지금도 그녀의 가족 소유다. 어떤 여자는 험하게 고생하며 모은 돈을 몽땅 신창원에게 털어주기도 했다. 신창원을 도망시킨 후 그녀는 괴로워하다가 자살했다. 그에게 천사와 악마는 교대로 나타났다. 『아저씨, 이 돈도 가져가세요』 『아저씨 이제 그만 가세요』 그녀가 돈이 들어 있는 가방을 손에 들고 신창원에게 말했다. 갑자기 그녀의 태도가 냉랭해졌다.
『아저씨 이 돈도 가져가세요』 그녀가 돈 가방을 그에게 돌려주었다. 의외 였다. 그녀의 표정에는 개결한 자존심이 엿 보였다.
『그럼 차라도 한 대 사주면 안 될까?』 신창원이 멋쩍어하며 물었다.
『아니에요. 필요없어요』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신창원이 떠밀리듯 나가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저씨! 나말고 다른 여자한테도 이런 짓 했어요?』 『이번이 처음이야』 『그러면 나하고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앞 으론 절대 이런 짓 안 한다고』 신창원이 쑥스러워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꼭 걸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나는 주님을 믿어요. 예수님은 나 같은 가난한 사람이나 아저씨같이 죄지은 사람을 위해 세상에 오셨어요. 그분은 분명히 아저씨도 사랑하실 거예요』 신창원은 목구멍으로 주먹 같은 회한이 치밀어 올랐다. 천사 같은 그녀가 믿는 하나님이라면 언젠가 그도 한번 찾아갈 것이라고
맹세하면서> ..................... 이하 생략
궁금해 집니다. 왜 강간당했다고 허위증언을 했을까요. 신창원을 엮어 넣으려고 끼워넣은 인물일까요? 아니면? 다른 검색을 해 보시면 법정에서 이 여인이 강간당했다고 위증하다가 변호사에 의해 허위가 드러나는 장면도 묘사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위증했던 그 여인과 천사같다던 여인은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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